ㅇㅇㅅㅍㅇ님이 써주신....너무너무 귀여운 메리르드 글 ㅠㅠㅠㅠ///♥
“낚시를 가자.”
본부에서 밀린 서류작업을 하고 있던 일베르드에게 다가온 그가 대뜸 던진 말이었다. 일베르드는 눈썹을 치켜떴다. 낚시라고? 그러고 보니 그의 복장은 평소와는 달리 제법… 수렵 및 채집 활동에 적합한 행색이었다. 우선은 멀리서 보아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챙이 넓은 밀짚모자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팔이 훤히 드러나보이는 조끼에, 긴 장화를 신고 있었다. 이런 차림으로 에오르제아를 지키는 영웅이라고 한다면 아무도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에오르제아의 영웅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그가 낚시를 가자고 자신에게 권하고 있었다. 일베르드는 난처했다. 영웅은 서류작업 따위 하지 않는 법이라 했던가. 그러니 그야 알 턱이 없겠지만 평범한 사람에 불과한 일베르드에게는 하루에 처리해야만 하는 업무와, 그에 따르는 서류작업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요 며칠새는 마을 멀리까지 나가서 수행해야 하는 임무들이 많았기에 관련된 작업을 미처 마칠 새가 없었다.
“지금은 바빠서, 곤란하네.”
“그럼 내가 도와줄게!”
그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곧장 대답한다. 아마 서류작업이 어떤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리라. 크리스탈 브레이브에서 진행되는 많은 임무들은 (사전 승인을 거쳐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라고 일베르드는 종종 생각했다. 굳이 이런 작업이 꼭 필요한가?) 서류화되고 몇 개의 결재 절차를 거쳐 통계 자료로 가공되고, 이후의 임무 분배 관련 의사 결정에도 사용된다. 이런 서류들은 사소하지만 결코 건성으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라고 도련님도 말하곤 했었다. 어찌되었건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이므로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류는 적절한 검토 후에 일베르드가 직접 서명한 후에야 다음 절차로 분류되어 넘어갈 수 있었다.
“아니, 우리 영웅님에게 시키기에는 너무 사소한 일이라…”
“메리아롯.”
“응?”
“내 이름은 메리아롯이야. 이름을 불러 줘.”
그의 단호한 말투에 일베르드는 저도 모르게 서류에 고정하고 있던 시선을 위로 한다. 그의 표정은 무언가 결의에 찬 듯한 느낌이다. 무언가가 그의 신경을 거스른 것일까? 아니, 사실은 알고 있다. 영웅님, 이라고 부르는 것이 비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싫어서겠지. 그러나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일베르드는 그를 그렇게 부르고 만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을 들으면 부러 영웅님, 영웅님 하고 부르는 것은 그의 신경을 건드릴 뿐이다. 일베르드는 얌전히 그의 말을 듣기로 한다.
“메리아롯, 지금은 바빠서 곤란하네.”
“그럼 내가 도와줄게!”
대화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원점으로 돌아간다. 서류를 검토하고, 서명하고, 다음으로 넘긴다. 검토하고, 서명하고, 다음으로 넘긴다. 일베르드는 서류의 내용을 검토하느라 고민에 잠긴 척 했지만 실은 다른 이유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실 나는 낚시를 할 줄 몰라.”
“그럼 내가 가르쳐줄게!”
이렇게 되면 손쓸 도리가 없다. 그렇게 일베르드는 그와 함께 낚시를 떠나게 되었다.
—
놀란 것은 그의 존재만으로 모든 일들이 너무 쉽게 진행되었다는 것이었다. 도련님조차 딱히 반대를 표하지 않았다. 서류작업은 내가 대신 마쳐주겠네. 자네도 쉬는 날 정도는 있이야겠지. 그렇게 말하며 흔쾌히 일베르드를 보내주었다. 일베르드는 자신이 쉬는 날 없이 일해왔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가 그런 자신의 사정을 배려해서 불러낸 것이었을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일베르드는 더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휴가를 만끽하기로 했다.
의외로 그는 일베르드가 낚시를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짓궂게 놀리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그 사실에 대해 굳이 변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생각해 본 변명을 굳이 늘어놓자면, 알라미고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매우 부유해서 취미로 낚시를 즐기러 나갈 수 있거나, 너무 빈곤해서 낚시 같은 것에나 매달리지 않고서는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거나. 일베르드는 그 사이에서 후자에 가깝지만 후자는 결코 아닌 정도의 부류였다. 매일 일을 하면 생계를 꾸려나가고, 그 사이에 미래를 계획할 여유가 조금은 있는 만큼의 돈이 모였다. 싱싱한 바다 생선은 식탁에 올리기에는 너무 비쌌고, 말리거나 훈제한 민물 생선은 그의 입맛에 별로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낚시는 그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한가한 취미로 존재해왔던 것이었다.
“...멀리 나가는 배를 타는 건 좀 곤란한데.”
우선은 언제 본부에서 호출이 올 지 모르는 일이란 게 첫째였고, 둘째로 일베르드는 배 타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았다. 바닥이 흔들리는 감각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라미고를 떠나기 전까지, 일베르드에게 바다는 그저 먼 지평선과 어느 지점에선가 이어지는 푸른 선에 불과했다. 처음으로 배를 탔을 때의 당혹감과 아찔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도착지에 다다를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폐쇄된 공간에 갇혀 있어야 한다니?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해본 적도 없는 활동을 하기 위해 기약없이 바다 위를 떠다녀야 한다고? 여기에는 일베르드조차도 아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신의 꺼리는 마음, 또는, 또는 두려움…따위에 대해 길게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첫번째 이유만 간략하게 정리하여 그에게 전달했고 그는 생각보다 시원스럽게 이를 받아들이고 빠르게 대안을 제시했다.
“그럼, 작살 낚시는 어때?”
작살 낚시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우선 해변가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일테니 여차하면 금세 돌아갈 수도 있고, 배를 탈 염려도 없다. 일베르드는 수긍했다. 그렇게 둘은 코스타 델 솔의 해변으로 향하게 되었다.
—
코스타 델 솔의 해변은 넓고 시야가 탁 트인 곳이었다. 흰 모래사장에 푸른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나가기를 반복하며 무수한 자욱을 남겼다. 햇볕이 너무 따사롭게 내리쬘 때를 대비하여 큰 나무로 적당히 조경이 꾸며져 있고, 앉아서 쉴 만한 장소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휴양지였다. 임무로 왔을 때 멀찍이서 적당히 일별한 일은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즐기러 온 것은 일베르드에게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익숙한 듯 주변의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흥정을 하고, 낚시도구를 빌려 왔다. 일베르드는 제복을 맡기고 낚시에 적절한 가벼운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그는 어쩐지 기쁜 듯한 기색이었지만, 딱히 무어라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안 잡히는군.”
“힘으로만 하면 안 되는 거야! 자, 이렇게 작살을 잡고…”
그는 허탕만 치고 있던 일베르드에게 거침없이 다가와 작살을 쥔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 쥔다. 잠깐 앗, 했던 듯한 기분도 들지만 금세 의연한 눈빛으로 돌아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수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일베르드는 그런 그의 옆얼굴을 잠시 들여다본다. 분명한 사냥꾼의 눈이다.
“...이렇게!”
하지만 물고기는 작살을 휙 피해 빠져나가버렸다. 아, 내가 할 때에는 분명 잡혔는데! 그는 토라진 듯 발로 수면을 탁 하고 찬다. 맑은 바닷물 위로 물보라가 일고, 물고기들은 멀찍이 도망친다. 둘은 잠시 가만히 서서 파도가 그들의 다리를 간지럽히게 내버려 둔다.
“...저기, 재미 없지?”
아, 눈치를 살피고 있었던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시무룩한 모습이 눈에 띄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자신이 낚시에 서투른 것이 딱히 그의 탓은 아닐 텐데 말이다. 그 역시 모처럼 짬을 내서 여가를 보낼 생각이었을텐데 그의 여가시간을 망쳐놓은 것 같았다.
“아니, 나름 즐기고 있다네. 그, 이렇게 보여도 말일세.”
“그럼 다행이지만.”
그는 다시 작살을 잡고 수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무언가에 이토록 열중한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인지라 다소 낯설다. 그의 작살을 쥔 손에서부터 팔꿈치, 어깨 근육이 활시위를 당긴 활처럼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다. 그리고 이내 물 흐르는듯한 부드러운 동작으로 작살을 쏘아 수면을 꿴다.
“이것 봐! 이렇게 하면 된다구.”
작살 끝에 꿰인 생선을 내보이며 미소짓는 그를 보며 일베르드는 문득, 어이없게도, 미코테란 이렇게 아름다운 종족이었던가, 하고 생각한다. 간만의 휴가로 긴장이 풀린 탓일까? 아니면 바닷가라는 생소한 공간 탓일까? 하지만 그렇게 봐넘기기에는 어쩐지 눈을 뗄 수가 없어서, 자꾸만 떠돌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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