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ody knows tomorrow
이거슨..........메리와 르드가 사실 과거에 서로 만난 일이 있었다는 썰을 친구가 연교글로 풀어주었던 것.....
겸사겸사 르드가 7재해 때 가족을 화재로 잃었던 것 때문에 불에 민감하다는 헤드캐논도 들어간..
하여튼 은혜로운 친구의 갓글이라 이것입니다....ㅋㅋ ㅋ ㅋ ㅋ ㅋ
메리아롯의 눈이 반짝 뜨였다. 모험가로 잔뼈가 굵은지 대충 십년 가까이가 흐르고 나니 이제 지붕이 없는 야외에서는 날이 푸르스름하니 밝아오고 새가 우는 기척만 나도 귀부터 쫑긋하며 눈을 뜨게 된다. 아무리 수인의 특성을 진하게 지닌 미코테라 해도 역시 활동하기에는 밤보다는 낮이, 해가 떠 있는 시간이 더 귀한 것이 이유였다 - 여정을 같이 하고 있는 일행이 휴런인 경우에는 더더욱.
결성 당시부터 수장인 알피노 르베유르의 영향력을 아낌없이 팔긴 했지만 이제 겨우 그 조직의 형태를 갖춰 이름을 알려가고 있는 만큼, 초국가조직 <크리스탈 브레이브>의 총대장인 일베르드는 요사이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 그리고 메리아롯은 이것이 불만이었다. 물론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눈에 허무함과 씁쓸함을 가득 안고 있던 그를 보고 있는 것 보다야 지금의 바쁜 모습이 훨씬 낫기는 했다. 어쨌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집단이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이었다. 그러니 어느정도는 양보해야지 생각을 했지만…그러나 그걸 고려해도 일베르드는 너무, 너무 바빴다.
집단을 이끄는 사람보다야 원래 <새벽> 소속이기는 해도 혼자 움직이던 자신이 그에게 맞춰가면 되겠지 하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애초 <크리스탈 브레이브>는 결성부터 그 목적이 <새벽>의 목적과 완벽하게 부합하지도 않았으므로 일베르드의 일정과 영웅 메리아롯의 일정이 겹칠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메리아롯은 그 의지로 말할 것 같으면 에오르제아에서 결코 따를 자가 없는 (이것은 비유도 과장도 아닌 그저 담백한 사실에 지나지 않았다) 미코테 여성이었고, 이번에도 결국 어거지로 일정을 맞춰서 그와 함께 검은장막 숲 북부 계곡 위험 지대의 정찰에 나선 것이었다. 몇 명인가가 따라붙으려 했지만 ‘그’ 영웅이 “아니, 거기 지형이 좀 험하기도 하고…나 혼자 하는 게 더 안전하고 편할 걸? 아 - 그래도 이후 보고 같은 건 좀 자신 없으니까 일베르드가 함께 와 주면 좋겠어.” 라고 하는 말에는 다들 애매한 표정으로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공사다망한 영웅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신생조직의 업무에 힘을 보태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메리아롯은 오랜만에 일베르드를 마음껏 독점할 수 있는 시간을 쟁취해 냈다.
옆을 보니 남자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보통 잠들어 있을 시간이니 당연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가 잠든 모습을 구경할 기회는 아직까지도 귀했기에 메리아롯은 슬며시 올라가는 입가를 어쩌지 못한 채로 그를 바라본다. 잠들어있는 순간까지도 미간에 져 있는 주름을 손으로 펴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랬다가는 분명 잠을 깨우겠지. 그것도 재미있겠지만 - 지금은 아까운 일이다 싶어 메리아롯은 그저 조용히 그 겨드랑이께를 파고들었다. 잠든 일베르드가 으음, 하고 무의식중에 두터운 손바닥으로 메리아롯의 허리에 손을 올려 안았다 - 아, 행복해! 그는 저도 모르게 파닥거리려는 꼬리를 단속하느라 지긋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임무를 핑계삼아 - 아니, 물론 핑계가 아니기는 했지만 - 겨우 야외에서 단 둘이 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 좋았지만 일단 지금으로서는 일베르드의 잠든 얼굴을 눈치 볼 필요 없이 구경하고 있는 재미가 가장 좋았다. 일렁이는 모닥불의 빛과 그림자가 그의 얼굴의 음영을 한층 더 짙게 그려냈다. 고원 휴런 치고도 볕에 진하게 그을린 피부는 한 눈에 보기에도 거칠었다. 단단한 턱선과 꽉 다물린 다부진 입매는 언제나처럼 매력적이었다. 깊숙한 눈우물과 눈 밑으로 패인 주름이 그가 살아온 세월을 상상하게 하는 것이 좋았다. 일베르드는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가 제국의 식민지가 된 알라미고 출신이며, 이제는 난민 신분을 벗어나 울다하에 단단히 자리매김한 라우반의 친구였고, 제 7 재해로 가족을 잃었다는 사실만이 메리아롯이 그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이었다. 그러니 메리아롯이 그의 과거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란 그저 상상 뿐이었다. 상상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당신이 먼저 내게 이야기를 해 준다면 좋을텐데…
타닥, 타닥…하늘은 이제야 푸르스름하게 밝아 오기 시작한 참이었다. 모닥불이 타고 있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갑자기 잠들기 전 보았던 계곡이 불현듯 떠올랐다. 해가 진 계곡. 맑게 흐르던 물소리. 새까만 사위에 날아다니는 둥그스름한 정령들만이 어슴푸레한 빛을 흩뿌리던 그 곳의 낮의 모습이 궁금했다. 그러나 낮은 너무 멀었고, 일정은 - 아무래도 - 음, 바빴다. 일베르드가 일어나고 나면 바로 채비를 해서 돌의 집으로 돌아가야 다음 일정을 맞출 수 있을 것이었다. 고작해야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아 컴컴할 계곡을 보자고 잠든 지 이제 겨우 서너시간이나 되었을까 싶은 사람을 구태여 깨우고 싶지도 않았다. 결심을 굳힌 메리아롯은 일베르드가 깨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꾸물거리며 그 품에서 빠져나와 일어났다. 언젠가 또 기회가 있을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가 모험을 시작한 뒤로,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겪으며 아프도록 익힌 것이 하나 있다면 ‘언젠가’를 ‘언젠가’로 두다가는 ‘영원히’가 되어 버릴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과연 어제의 임무 - 그리고 이어진 밤의 시간 - 가 고되긴 했던지 일베르드는 여전히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정도면 괜찮겠지 싶어 그 코끝에 살짝, 아주 가볍게 입술을 누른 메리아롯은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정찰과 위험 요소 제거야 언제나 그가 해 왔던 일이었다. 자신만큼은 아니었으나 일베르드 또한 상당한 실력자였으므로(그러지 않았다면야, 아무리 메리아롯이라고 해도 이런 곳에 둘만 올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 자체는 이미 어제 생각보다도 수월하게 끝난 상태였다. 정찰 목표였던 검은장막 숲의 북부 계곡은 평범한 인간에게는 위험지대였으나 정령과 야생의 마수들에게는 아름답고 깨끗한 수원이었다. 딱 가슴 근처까지 담글 수 있을 것 같은 차가운 계곡이 마치 일렁이는 거울처럼 깊고 검은 숲과 푸르스름한 하늘을 비추어내는 모습은 아름다운 동시에 어딘가 으스스하기도 했다. 메리아롯은 짧게 고민하다 옷을 죄다 벗어던졌다. 맑은 물에 발끝을 담그니 그 차가움에 온 몸에 부르르 소름이 돋았다. 미코테족은 고양이과 동물의 특성을 강하게 지닌 인종이었고 그렇다 보니 개중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을 즐기는 이는 거의 없었다. 수영으로 이를 것 같으면 더 말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메리아롯은 수영을 할 줄 아는 드문 미코테 중의 한 사람이었다. 모험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던 그 언젠가, 그리 깊지도 않은 물에 빠져 큰일이 날 뻔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그는 죽을 각오로 수영을 익혔다. 그리하여 지금, 귀 끝까지 쭈볏하게 세워오는 차가운 물의 감각에 저항하기보다는 차라리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이제 메리아롯은 알고 있었다. 온 몸에 소름이 오르는 감각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인가 물 밖보다 물 안을 편하게 여기는 자신이 있다. 물론 이것을 알고 진정으로 즐기게 되기까지 수많은 고생이 있기야 했지만. 이제는 깊어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여유롭게 팔을 젓고 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다 보면 인간이란 어쨌든 성장하는 존재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금만 씻고 놀다 일베르드가 깨기 전에 돌아가자, 하던 것이 시작이었지만 오랜만의 물놀이는, 그러니까, 꽤나 즐거웠다. 시간을 잊을 정도로 열중하던 메리아롯의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는, 분명히…
“일베르드-! 나 여기 있어!!”
메리아롯은 목청껏 소리를 높여 동행을 불렀다. 저 멀리에서 아직 채 다 걷히지 않은 어둠을 헤치고 이 쪽을 향하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 역시도 야외에서는 기상이 빠른 사람이었다. 메리아롯은 괜히 들뜬 기분이 되어 첨벙거리며 물장구를 친다. 다가온 일베르드의 얼굴에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 떠 있었다.
“여기서 대체…뭘 하는 건가? 메리아롯.”
“뭘 하다니? 씻고 놀고 있는데. 딱 좋은 계곡이잖아. 딱 어제 주변 청소도 마쳐놓은 셈이고, 그치?”
씨익 웃으며 손짓하자 계곡가에 무릎을 꿇고 앉은 일베르드가 눈썹을 문지르며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 뺨 위로 물에 차게 식은 메리아롯의 손바닥이 얹힌다.
“일베르도 같이 씻자! 어제 땀 많이 흘렸잖아. 그리고 이제 곧 있으면 돌아가야 할 텐데, 이렇게 둘이 있을 기회 당분간 없다구. 모처럼 일찍 일어났는데. 아까워!”
“그게 무슨-읍,”
난데없이 제 입을 가로막은 메리아롯의 촉촉한 입술을 일베르드는 언제나처럼 거부하지 못했다. 메리아롯은 마치 남자를 유혹해 물에 빠뜨려 죽인다는 전설 속 사악한 샘의 정령처럼 젖은 알몸으로 그를 끌어안고 매달렸다. 그러나 같은 전설이라도 그는 살아 있었으며, 사악한 정령이 아닌 세상을 구한 영웅이었고, 일베르드를 죽이려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살리려 하고 있었다. 첨벙, 하는 2인분의 물소리가 그렇게 누구도 듣지 않는 깊은 계곡 주변으로 울려퍼졌다. 차고 매끄러운 두 손에 이끌려, 얼음같은 물에 저항없이 몸을 빠뜨리며, 일베르드가 차라리 이것이 어떠한 나쁜 전설의 한 장면이기를 바랐던 것 까지 메리아롯이 알 방법은 영원히 없었다.
—
“엣츄.”
“그러게 너무 오래 놀았다고 했잖나.”
“일베르드도 즐겼으면서 치사하게! 그리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입술이 달달 떨리는 모습은 제가 보기에도 좀 꼴사납긴 할지도 모른다. 메리아롯은 이제 다시 지펴 둔 모닥불가에 데일 정도로 가까이 앉아 몸을 데우고 있다. 그는 꼭두새벽이라고 하기에도 이른 시간부터 혼자 열심히 찬 물에서 놀고 있었던 대가를 몸으로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새 곁에 다가와 앉은 일베르드가 젖지 않은 여분의 모포를 건넸다. 그의 옷 또한 아까 메리아롯이 계곡으로 끌어들이며 죄다 젖어 버린 탓에 꼭꼭 짜서 모닥불 주변에 걸어둔 채였으므로 지금 그는 벗은 몸에 속바지 한장만 달랑 걸친 채였다. 메리아롯은 모포를 받아 두르고서 일베르드에의 옆구리에 파고들었다. 몸과 마음의 욕구가 모두 충족되니 만족스러움에 저도 모르게 속에서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올라왔다.
“아, 진짜 진짜 좋다.”
“...적당히 옷을 말리고 나면 이제 출발하세.”
“자기도 좋았으면서. 아 - 부끄러워서 그런 거지?”
일베르드는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것 하나하나에 일일히 서운해 하기에는 메리아롯은 이미 그를 많이 알았다. 조금 붉어진 것 같은 저 얼굴만 봐도 그랬다. 과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았지만, 아마 지금의 당신을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은 - 없지 않을까. 그것이 메리아롯의 행복이었고 기쁨이었다. 그러다 보면, 이렇게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면, 언젠가 이 세상의 누구보다 내가 당신을 더 잘 알게 될 날도 오지 않을까, 응, 일베르드…
“메, 메리아롯!!”
“어?”
갑작스레 저를 부르는 일베르드의 다급한 목소리와 갑자기 닥쳐오는 뜨거운 열기에 놀란 메리아롯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느 사이엔가 모포 자락을 태우고 있는 불씨였다. 아, 모닥불에서 튄 불씨가 -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순간이었으나 온갖 큰 일에 익숙해진 몸은 이미 불붙은 모포자락을 아무렇지 않게 땅에 탁탁 내리치고 있었다. 그렇게 불씨가 다 꺼진 것을 확인하고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쉰 메리아롯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얼빠진 듯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일베르드였다.
“뭐, 뭐야, 일베르드. 그런 얼굴로 보고…그렇게 놀랐어?”
“다…다친 곳은 없나?”
“어, 조금 화끈하기는 한데, 응, 없어. 데이지도 않았고. 멀쩡해.”
그러나 그렇게 말했음에도 - 심지어 봐봐, 하고 보여주기도 했음에도 일베르드의 굳은 얼굴은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였다. 그 순간 - 메리아롯의 뇌리에 어떤 기억이 스쳤다. 잔뜩 화가 난 - 그러나 어딘가 울 것 같았던 남자의 목소리.
‘불을 우습게 보지 마!!’
아, 메리아롯은 생각한다. 그는 어렸다. 지금보다 훨씬 어리고 미숙한 햇병아리 모험가였다. 그는 그저 마을에서 성장하여 바깥 세상으로 내보내진 한 명의 젊은 미코테였고, 세상 만물에 좀 더 관심이 많았을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코테였으므로 물을 딱히 가까이 하지 않으며 살았고, 하여 막상 물을 절실하게 필요로 했을 때에는 눈 앞의 강이 당췌 어느 정도 깊이인지도 알지 못했다. 결국 강에 빠져 허우적대다 결국 물에 잠겨 멀어져만 가는 수면의, 그 이상하도록 아름답게 반짝이는 빛을 바라보며 서서히 의식이 멀어지던, 그 기묘하게 어여쁘고 괴로운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
눈을 떴을 때에 옆에는 한 명의 남자가 있었다. 휴런, 그 중에서도 아마 고원 휴런일 것이다. 깎은 듯 날카로운 광대와 도드라진 눈썹 뼈 아래의 깊은 그늘이 인상적이었다. 작은 동굴의 어둠 속에서 붉은 모닥불 빛을 받아 번쩍거리고 있는 눈이 푸른색인지 녹색인지는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남자는 고맙다는 인사를 받지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밤은 그렇게 어색했다. 사람에게 기댈 수 없는 메리아롯이 열을 얻을 곳은 작은 모닥불 뿐이었다. 가까이 다가앉아 언 몸을 녹이던 그에게 불똥이 튀었고, 두르고 있던 모포 위로 삽시간에 퍼졌고, 당황한 자신이 그저 비명만 지르던 그 때 남자가 그에게로 몸을 날렸다. 남자는 그를 안은 채로 흙바닥에 뒹굴어 불을 껐다. ‘이 멍청이가,’ 겨우 불이 꺼지자 자신을 둘러 안은 남자가 씹어 뱉듯이 말했다. ‘불을 우습게 보지 마!!’ 메리아롯은 아직도 놀라,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남자가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아까와는 달리 창백한 낯빛은 거친 말투가 무색하게도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 말에 상처를 받을 겨를조차 없이, 다칠 뻔한 사람은 난데 왜 저 사람이 저런 표정을 하고 있지, 하고 생각하던 것을 메리아롯은 기억했다. 오히려 그 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확실하지 않았다. 그저 몇 번인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으나 그에 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날이 밝는 동안 긴장이 풀린 메리아롯은 어느새 꾸벅이며 졸고 있었고 - 눈을 뜬 동굴에는 이미 말끔하게 꺼진 모닥불의 흔적과 자신 혼자만이 남아 있었을 뿐이다.
지금 눈 앞의 남자가 그 때의 그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음을 메리아롯은 놓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입술에서 튀어나오는 말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일베르드.”
“-?”
“우리 만난 적, 있지?”
일베르드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붉은 모닥불빛을 받아 녹색으로도, 푸른색으로도 보이는 그 눈을 - 아, 어떻게 지금까지 몰랐을까, 메리아롯은 와락 그에게 달려들어 목을 끌어안았다. 남자는 당황하여 그대로 땅 위로 쓰러졌다. 메, 메리? 그 목소리가 - 이제는 확실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메리아롯은 그에게 올라탄 채로 정신없이 말을 이었다.
“아, 어떻게 이걸 지금 기억해 낼 수가 있지? 일베르드, 나 정말 기억 안 나? 옛날에- 옛날에, 물에 빠져 죽을 뻔한 미코테 한 명 구해준 적 없어!?”
“메리, 그게 무슨…”
남자는 그저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 볼 뿐이다. 그러나 메리아롯은 그저 기뻤다. 아, 나는 당신의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아니었어. 둘만이 공유하고 있는 기억이, 과거가 우리에게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언제의 일이었는지는 자신조차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이후에도 살았고, 당신도 살았고, 우리는 이렇게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나 서로에게 끌렸고, 살을 맞대고 열을 나누었고, 서로를 알았고, 앞으로도 알아갈 것이었다 — 그렇다. 그 누구라도 내일을 알 수는 없는 것이다.
아, 메리아롯의 심장이 벅찬 감격에 뛰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일베르드의 목을 꼭 끌어안다가, 아직 당황으로 열려 있는 그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남자의 손은 그의 몸 근처에서 잠시 어쩔 줄 몰라 헤매었으나 곧이어 오가는 숨결과 오르는 열기에 자연스레 그의 등을 감싸안았다. 그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삶에 대한 충만과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기쁨이 한없이 몸을 메워오는 그 감각이라니.
응, 맞아. 누구도 내일을 알 수는 없어.
그러니까 더는 욕심부리지 않고, 딱 한가지만 약속할게. 언제나 곁에 있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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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받고 감명받아 기립박수를 친 저는....추후 저 과거 기억 부분을 만화로 옮겨 그리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아래 링크의 만화였던 것이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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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trbrb123.tistory.com/137